생태계 교란종, 아이폰SE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보급형 모델을 만들때 저렴한 AP를 넣습니다. 삼성의 갤럭시A 시리즈 같은 경우 프리미엄 라인업인 S 시리즈처럼 펀치홀 디스플레이와 쓸만한 여러개의 카메라를 넣었지만 AP를 저성능으로 넣어 플래그쉽 모델과 차이를 만들었죠. 보급형 스마트폰들은 AP는 구세대지만 디스플레이와 카메라에선 최신 유행을 따르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달랐습니다.

애플의 아이폰SE는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는 예전에 쓰이던 LCD와 싱글 카메라를 사용하지만 AP는 아이폰11 시리즈에 사용되는 A13 Bionic을 사용합니다. 돈만 밝히던 애플이 갑자기 무슨일일까요? 애플은 삼성, LG같은 다른 제조사들과 달리 AP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합니다. 따라서 SE와 11, 11 Pro를 위한 다양한 AP를 따로따로 생산하는것보다 A13 하나만 대량생산하는것이 훨씬 더 싸게 먹히겠죠. 즉, AP 까지도 재활용이란 말입니다. 게다가 이는 엄청난 마케팅 효과 까지 가져올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폰에 어떤 AP가 들어가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대신 아이폰11 Pro, 갤럭시 S20같은 플래그쉽 스마트폰들이 보급형 스마트폰보다 좋은 프로세서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죠. 즉, 애플이 A12.5 같은 칩을 만들어서 몇천원 아끼는것보다(A13 하나만 파는것보다 적게 들지도 의문이지만) “$399 폰에 아이폰11 Pro에 들어가는 칩이 들어가있다고?” 라는 마케팅 효과를 얻는게 더 이득입니다. 만약 SE 때문에 11 시리즈 판매량이 감소해도 괜찮습니다. 서비스 수입이 상당해 기기판매 수익이 줄어도 일단 iOS 생태계로 사람들을 더 불러오는게 중요하거든요.

만약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등에 큰 관심이 없다면, 적당히 잘 보이고 적당히 잘 찍히면 충분하다면, 당분간은 아이폰SE가 최선의 선택일 것 입니다. 159만원짜리  갤럭시S20 Ultra 5G(긱벤치 기준 싱글 837, 멀티 3103, 그래픽 3062)보다 좋은 성능을 가진 A13(긱벤치 기준 싱글 1328, 멀티 3413, 그래픽(Metal) 6186)을 넣은 폰이 1/3 가격인 55만원이니까요. 스마트폰 생태계의 교란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