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는 누가 하고 있는가

KT, LG U+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들과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컨텐츠 제공자들은 서로 공생하는 관계입니다. 소비자들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컨텐츠 제공자들의 컨텐츠를 보기 위해 ISP에게 돈을 지불하죠. 만약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컨텐츠 제공자들이 없다면 우리는 ISP에 비싼 돈을 내면서 비싼 기가 인터넷이나 5G 요금제를 쓸 이유가 없을 겁니다. 키위의 블로그 같은 트래픽 적게 나오는 곳에 접속할때는 3G나 싸구려 케이블 비대칭 인터넷으로도 충분하니까요. 그런데 소비자에게 망을 사용한 비용을 받고 있으면서도 넷플릭스 같은 컨텐츠 제공자들에게 망 사용료를 내라고 하는 양아치 같은 ISP가 있습니다. 바로 SK브로드밴드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서 넷플릭스나 보는 바람직한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감염병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이것은 바람직하지만, 해외망에 투자 안 하고 자사의 OTT가 잘 되기를 바라는 한 ISP에게는 바람직하기만 한 일은 아니었나 봅니다.

넷플릭스와 제휴하고 있는 LG U+, 해외망이 잘 되어있어 지금도 괜찮은 편인데 제휴까지 협상 중이라는 KT와 달리 SKB는 해외망에 투자 하지 않은 건 물론, 무료로 캐시서버 만들어준다는 넷플릭스의 제안을 Wavve 살리겠다고 거절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하였죠.

인터넷망의 품질 유지 책임은 컨텐츠 제공자가 아닌 ISP에게 있습니다. SKB는 사용자들이 낸 요금으로 자사 망의 품질을 개선했어야 했습니다. 무료로 캐시서버 만들어준다 한 것도 거절해놓고 넷플릭스에 이중과금 시키려는건 넷플릭스가 만들어둔 컨탠츠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넷플릭스 ISP 속도 지수

이것은 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들은 네이버, 다음, 카카오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ISP에 돈을 내는 것이지 ISP에 돈을 바치기 위해 국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컨텐츠 제공자에게 망 유지 의무를 부과하려는 것은 명백한 이중 과금이며, 만약 컨텐츠 제공자들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수많은 컨텐츠 제공자들이 망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들이 떠안게 될 것입니다. 통신사를 제외한 모두가 손해 보는 것입니다.

만약 SKB가 진짜로 넷플릭스는 무임승차 중이고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망 사용료를 내기 전엔 넷플릭스를 차단하면 됩니다. 그러면 SKB를 사용 중인 사람들은 넷플릭스 대신 Wavve를 보는 대신에 이중 과금이 없는 다른 통신사를 찾아갈 것입니다.

 


2020년 5월 9일 16시 33분 추가

갑자기 블로그 유입이 엄청 늘어서 “뭐지?” 하고 봤더니 넷플릭스 업데이트봇님께서 제 트윗을 인용RT 하셨더군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큰 회사들은 “망사용료? 지랄하네ㅋㅋㅋ 꼬우면 차단하던가”를 시전할 수 있지만 작은회사들은 그게 불가능합니다.

넷플릭스가 망사용료 안내는거 보고 “국내업체 죽는다”, “차별이다”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만약 넷플릭스 방지법 같은게 통과되어서 컨텐츠 제공자가 망 사용료를 내야한다면 국내 중소 동영상 사이트들은 다 죽습니다. 한국에서 컨텐츠 제공은 대기업들만 할 수 있는 일이 되는겁니다. 다시한번 생각 해주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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