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라스트 오브 어스 2는 명작이다

2020년 6월 19일, 2013년 최다 GOTY의 수상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의 후속작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The Last of Us Part II)가 출시되었습니다.  전작을 재미있게 플레이하기도 하였고 평론가 평점이 메타크리틱 94점, 오픈크리틱 95점이나 되는 작품이라 국방부 퀘스트중인 저는 출시하자마자 빨리 휴가 나가서 플레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반 게이머 평점은 매우 낮더군요? 플레이하기 전 스포일러 당하지 않으려고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지만, 라오어2에 실망했다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6월 27일, 드디어 휴가를 나오게 되어 집에 오자마자 플스를 켜고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를 플레이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게임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 또한 명작입니다.

경고 : 이 글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 1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복습해보죠. 우리는 라스트 오브 어스를 플레이하면서 조엘에 몰입을 하고 있었습니다. 딸인 사라의 죽음을 겪은 조엘은 오랫동안 타인에게 마음을 닫고 있었지만, 같이 대륙을 횡단하면서 조엘에게 엘리는 사라만큼이나 중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조엘은 인류를 구할 치료제를 포기하고 엘리를 구하는 길을 선택하였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파이어플라이를 죽이게 됩니다. 2편에선 치료제를 만들 유일한 사람이었던 제리 앤더슨 박사까지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죠. 그 후 조엘과 엘리는 젝슨 카운티로 돌아갑니다. 여기까지가 1편의 내용입니다.

 

제 3자의 시각에서 바라봅시다

만약 라스트 오브 어스 1편에 멀티 엔딩이 구현되어 있어 마지막에 선택권이 있었더라도 전 엘리를 살렸을 것 같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2에서 조엘의 대사를 보면 조엘 또한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이 그 순간으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 해도…
나는 모든 것을 똑같이 할 거다.

조엘 밀러,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우리야 조엘에게 몰입을 하고 있어 조엘의 선택을 지지하고 감동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우리가 라스트 오브 어스 세계관에 살고 있는 제3자이고 이 진실을 알게 되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언제 나의 가족, 친구 또는 나 자신이 감염자가 될지 모르고 이미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도 있다면 조엘의 이야기를 듣고 과연 감동받고 지지할 수 있을까요? 그뿐만이 아니라 만약 조엘이 인류를 배반하고 엘리를 선택하면서 죽인 파이어플라이가 나의 가족이라면? 유일하게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사람까지 죽여 기적적으로 또 다른 면역인 사람을 찾더라도 치료제를 만들 수 없다면? 과연 조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조엘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도 불행해지지 않을 수 있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서 나 나올만한 비현실적인 방법이죠. 조엘의 선택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그 선택으로 인해 전 인류가 치료제 개발 실패라는 불행을 나눠가지게 되었고, 애비는 가족까지 잃었습니다. 이러한 애비가 조엘을 죽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두명의 주인공

라스트 오브 어스 2는 엘리와 애비 두 명의 주인공을 번갈아가며 플레이합니다. 두 명의 플레이어로 플레이하면서 같은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죠. 엘리가 조엘의 복수를 하면서 죽인 오엔과 멜의 시신을 애비의 시점으로 보았을 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죄책감은 아니었습니다. 분노도 아니었죠. 오히려 1편을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저는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꼴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이 게임은 유저들이 애비에게 불쾌감과 (엘리에 몰입해서 애비를 향한) 분노를 느끼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게임의 초반에 플레이어는 애비를 조종하게 됩니다. 감염자들에게 쫓기던 애비는 조엘과 토미의 도움을 받아 살게 되지만 자신을 구해준 사람의 이름이 조엘이라는 것을 듣자마자 다리에 산탄총을 쏘아 제압한 후 엘리가 보는 앞에서 조엘을 잔인하게 살해합니다. 전작에서 조엘에 몰입해 게임을 플레이하던 라스트 오브 어스 팬들이라면 분노할 수밖에 없던 장면이었죠.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애비 파트의 마지막에서 플레이어는 애비를 조종해 엘리를 공격하게 됩니다. 당연히 라스트 오브 어스 1편부터 엘리에 몰입해왔고 조엘을 죽인 애비에 분노했던 팬들은 엄청난 불쾌감과 분노를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불쾌함이 의도된 불쾌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의도된 불쾌함

애비는 엘리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피해자입니다. 시애틀의 극장에서의 초반에 플레이어는 애비를 조종하게 됩니다. 감염자들에게 쫒기던 애비는 조엘과 토미의 도움을 받아 살 게 되지만 자신을 구해준 사람의 이름이 조엘이라는 것을 듣자마자 다리에 산탄총을 쏘아 제압한 후 엘리가 보는 앞에서 조엘을 잔인하게 살해합니다. 전작에서 조엘에 몰입해 게임을 플레이하던 라스트 오브 어스 팬들이라면 분노할 수밖에 없던 장면이었죠.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애비 파트의 마지막에서 플레이어는 애비를 조종해 엘리를 공격하게 됩니다. 당연히 라스트 오브 어스 1편부터 엘리에 몰입해왔고 조엘을 죽인 애비에 분노했던 팬들은 엄청난 불쾌감과 분노를 느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애비의 행적이 1편에서 조엘이 했던 행동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행동을 해도 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에게 몰입했는지에 따라 감동을 할 수도 있고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죠. 저는 이러한 불쾌함이 의도된 불쾌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애비는 엘리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피해자입니다. 시애틀의 극장에서 애비가 엘리를 살려 보내준 이후 엘리는 디나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이 게임이 끝났더라면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플레이어의 마음에는 애비에게 조엘의 복수를 하지 못했다는 찝찝한 마음이 계속 남아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엘리에게 조엘의 죽음에 대한 기억은 PTSD가 되어 엘리를 괴롭혔고, 엘리를 찾아온 토비의 말이 도화선이 되어 애비에게 두 번째 복수를 하러 떠나게 됩니다.

두번째 복수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엘리의 복수극은 용서로 끝이 납니다. 애비를 죽이기 위해 산타바바라까지 찾아간 엘리였지만, 애비를 익사시키기 직전, 레브를 구하려는 애비의 모습을 보고 조엘의 모습을 떠올리며 애비와 레브를 살려서 보내주고 흐느껴 울게 됩니다.

2년 전 엘리는 성 마리 병원에서 있었던 파이어플라이들에 대한 진실을 듣게됩니다. 진실을 듣게 된 엘리는 조엘에게 분노하게 되고 둘의 관계는 소원해집니다. 조엘이 죽기 전날, 엘리느 조엘과 대화를 나누며 “그 일은 영원히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노력은 해볼게요”라고 말하며 조엘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애비의 모습에서 조엘의 모습이 보이자 차마 애비를 죽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조엘의 죽음 이후 엘리는 계속 피투성이인 조엘의 모습을 떠올리며 PTSD에 시달렸습니다. 두 번째 복수를 떠난 이유도 이 PTSD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엘리는 애비의 모습에서 피투성이가 아닌 기타를 치며 일상을 살아가던 조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조엘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이로 인해서 생긴 PTSD에서 해방된 것이죠. 두번째 복수를 떠난 이유가 해결된 것입니다.

복수를 용서로 끝낸 엘리는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디나와 J.J는 이미 집을 떠났고 엘리의 짐과 조엘이 준 기타만이 남아있었죠. 엘리는 남아있는 손가락으로 기타를 치다가 기타를 남겨두고 떠나게 됩니다. 엘리는 이제 조엘을 마음속에 묻어두고 조엘이 인류의 희망이 될 치료제를 포기하면서까지 엘리에게 바라던 엘리 자신의 인생을 향해 떠나게 되며 게임은 끝이 납니다.

결론

전작의 엔딩 이후 “조엘과 엘리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를 바라던 사람에게 라스트 오브 어스 2의 스토리는 찝찝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조엘과 엘리에 몰입하며 재미있게 전작을 플레이했는데 갑자기 조엘을 죽이고 엘리까지 공격하라고 하는 게임에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점만 제외하면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훌륭한 게임입니다.

훌륭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와 게임성, 현세대 콘솔의 능력을 최대로 뽑아낸 그래픽과 최적화는 역시 너티독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해피엔딩을 바라던 전작의 팬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 직접 플레이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 또한 명작입니다.

키위 평점 : 9/10(★★★★☆)